대상에 대한 충실성에서 출발하여 개념의 운동, 모순과 내재비판, 전체로서의 진리라는 헤겔의 논리를 거쳐 아도르노가 도달하는 미시론적 몰입, 미로적 커뮤니케이션, 인식의 빛, 모델, 짜임관계라는 유물론적 열린 변증법의 주요 요소들은 우리가 그저 믿고 따르면 되는 확고하고 유익한 지침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에 빛을 던져주는 모델들일 뿐이다.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인식에 도달할 것인지는 우리의 사유 혹은 개념의 노동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 개념의 노동은 헤겔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현실과의 대결 내지 실천과 동떨어질 수 없다. 아도르노의 변증법 이론 역시 그렇다. 예컨대 그가 제시하는 짜임관계 개념은 실천론적으로 무의미할 수 없다. 이러한 모델을 받아들이는 해방적 실천에서 어떤 하나의 중심적인 전위나 당 혹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각 개인이 자율적 주체로서 운동에 대등하게 참여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라는 미래적 구도를 모델 차원에서라도 선취하는 쪽이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변증법을 현실의 모순구조에 대한 대응으로 파악하는 아도르노의 구상은 결코 자본주의적 지배관계에 안주하기 쉬운 시민운동의 범위에 갇히기 어렵다.
『변증법 입문』은 아도르노의 난해한 텍스트들로 들어가는 열쇠를 모두 담아놓은 보물상자 같은 존재다. 또 자체로서 이미 전성기 아도르노 이론의 인식론적 실천적 함의를 두루 갖춘 강렬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차 례
일러두기·11
줄임말들·12
제1강·17
제2강·24
제3강·41
제4강·58
제5강·76
제6강·95
제7강·115
제8강·132
제9강·149
제10강·167
제11강·184
제12강·205
제13강·223
제14강·240
제15강·257
제16강·277
제17강·294
제18강·311
제19강·329
제20강·348
핵심용어들·367
편집자 후기·399
옮긴이 후기·405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연보·428
연도별로 본 아도르노의 저작·439
인명색인·447
용어색인·453
저 자 테오도르 W. 아도르노 (1903-1969)
프랑크푸르트학파 혹은 비판이론의 대표 이론가. 뛰어난 성악가인 모친과 이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감수성을 키우며 성장했고, 한때 음악평론과 작곡가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칸트, 헤겔 등의 고전철학과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과 현상학, 경험주의적 사회연구 등을 결합하여 자본주의 및 전체주의에 끈질기게 저항하기 위한 이론적 단초들을 만들어냈다. 그의 변증법 이론은 헤겔 변증법의 주요 모티프들을 적극 수용하여 유물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재정립한다. 이는 제일원리를 관념에서 물질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원리 자체를 부정하고, 주체와 객체의 궁극적 동일성을 전제하는 절대적 체계 없이도 구속성 있는 인식을 생산하는 열린 변증법으로 나타난다. 그의 이론은 해체론, 알튀세르주의, 정통 마르크스주의 등이 중첩되는 절묘한 지점을 형성한다. 개념적 사유 혹은 이성 자체에 담긴 억압성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반성하면서도 이성의 힘을 긍정하는 그의 이론과 진지하게 대면하는 과정은 매우 고되지만, 해방적 실천을 위해 더할 바 없이 생산적인 성과들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옮 긴 이 홍 승 용
서울대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대구대 독어독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임했다. 현재는 현대사상 연구소를 운영하며 『현대사상』 편집을 책임지고 있다.
저서: 『비판과 해방의 철학』(공저)
논문: 「루카치 리얼리즘론 연구」, 「아도르노의 미학이론과 반영이론」, 「내 몸 속의 식민지」, 「에로스와 억압」, 「변증법적 유물론소고」, 「진실 말하기」, 「유물변증법적 주체 객체」 등.
역서: 『문제는 리얼리즘이다』, 『미학서설』, 『미학논평』, 『미학이론』, 『부정변증법』, 『프리즘』, 『현대의 미적 커뮤니케이션 1』, 『현대의 미적 커뮤니케이션 2』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