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사상에 관한 데리다의 기념비적인 연구서 『정신에 대하여』가 21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정신에 대하여』는 1987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철학연구원 컬로퀴엄 ‘하이데거와 열려 있는 물음들’에 발표된 데리다의 강연을 엮은 책이다. 데리다는 하이데거의 사유를 관통하면서도, 그 내부에서 줄곧 회피되거나 주변화되어 온 ‘정신(Geist)’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소환한다.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경계했던 바로 그 단어를 데리다는 다시 묻는다. 왜 ‘정신’을 피해야 했는가? 그리고 무엇이 피해졌는가?
데리다는 독일어 Geist(정신), geistig(정신적인), geistlich(영적인) 개념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형이상학적 잔재가 아니라 번역, 언어, 역사, 정치, 민족, 그리고 기술의 문제와 교차하는 접합점임을 보여 준다. 특히 1933~1935년의 「총장 취임 연설」과 『형이상학 입문』 그리고 횔덜린과 후기의 트라클 해석에 이르기까지, 하이데거의 사유 도정에서 ‘정신’이 어떻게 호출되고 변형되고 재배치되는지를 집요하게 분석한다. 이 책은 하이데거를 해체하는 동시에, 하이데거를 통해 해체 자체를 다시 문제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