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선조, 여행에 목숨 걸다
인류 선조들은 많은 기행문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겨 왔지만, 이들의 실제 여행은 실로 엄청나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행의 필수 수단인 도로, 숙박, 식사, 항해와 교통 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그야말로 ‘극한을 극복해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미지를 탐험하고, 공부하고, 성지를 순례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안은 채 불굴의 의지로 여행에 도전해 왔다.
5세기 승려 법현은 구법과 취경을 위해 생명줄과 거의 이어져 있지 않은 고비사막을 가로지른 후 히말라야산맥을 넘어야 했다. 목숨을 건 이런 여정을 법현의 나이 64세, 즉 지금으로 치면 칠십 대 중반에 도전한 것은 물론 그의 나이 79세에 돌아와『 불국기』를 저술하였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13세기 중반,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서진해 오자, 이탈리아 수도사 카르피니는 외교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 67세의 노구를 이끌고 사막과 고원을 건너 몽골까지 여행해야만 했다. 그런가 하면 콜럼버스는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국왕을 삼세번이나 설득한 끝에 거친 풍파에 목숨을 맡긴 채 미지의 항해길에 올랐었다. 세계 일주 항로 개척을 위해 기약 없는 여정에 나섰던 마젤란은 결국 태평양 한가운데에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야만 했던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행 중심의 세계 여행사
그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글로벌 고전 기행’에 관한 작품들을 모아 문학의 한 장르로 연구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1980년에 와서야『 외국』을 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퍼셀 교수가 장르로서의 기행 문학을 최초로 연구하였지만, 그 대상은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영어 기행문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저술은 지구촌 대표 기행문들을 문학의 한 장르는 물론 여행사적으로 정리한 지구촌 최초의 시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