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인은 섬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아무리 신분이 높고 부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섬에 들어온 이상, 섬 주민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살아가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섬 주민들과의 문화교류가 이루어졌고, 유배인들은 섬에서 경험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남겼다. 이 책은 그러한 기록을 토대로 유배인의 섬 생활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소통의 문화상을 조명한 것이다.
유배문화에 대한 재인식
그동안 ‘유배문화’ 하면 외부에서 온 똑똑한 선비가 미개한 섬 주민들을 깨우쳐 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인간관계에는 언제나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유배인들은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섬사람들의 생활상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반면, 섬 주민들은 외부에서 온 유배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외부세계와의 연결고리로 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 안에는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섬 고유의 지적 전통과 사회상이 담겨 있다.
섬, 스토리텔링의 보물창고
섬은 독특한 인문환경을 지닌 문화다양성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다. 과거 소외와 고립의 이미지로 치부되던 섬의 유배문화가 이제는 한국의 해양문화를 상징하는 고유한 문화자산으로 재탄생되고 있으며, 문화산업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자원이 되고 있다. 이 책에는 유배 시절 섬 여행기를 남긴 ‘김약행’, 섬 주민들과 벗이 되어 물고기 백과사전을 만든 ‘정약전’, 예술혼을 꽃피운 조선 최고의 문인화가 ‘조희룡’, 한 섬에 두 번이나 유배되어 잊을 수 없는 비망록을 남긴 ‘박우현’, 오늘날까지 그 학풍이 섬마을에 유지되고 있는 ‘김평묵’, 20세기 초에 유배 생활을 하여 근대기 섬의 일상을 기록한 ‘김윤식’의 섬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