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행위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듯이 철학책을 포함한 모든 저술도 특정한 역사적 공간 속에서 쓰이고 탄생을 보게 된다. 따라서 그 책 속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이 이런저런 모습으로 각인(刻印)되기 마련이며, 적지 않은 경우, 그 저술은 적극적으로 그가 살았던 시대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해결의 시도를 담고 있다.
어제 일어났던 일을 그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서술되는 국가는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 특정 주제에 관해 대화하는 사건을 전해 주고 있다. 이런 대화가 철학적 활동의 한 경우라면 플라톤의 이 저술에서 독자에게 일차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철학적 교설 이전에 철학적 활동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문답으로 진행되는 변증적 따짐이 플라톤 저술의 기본 형식이 되지만 이 외에도 그의 저술은 비유나 신화가 논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생생한 인물 묘사나 드라마적 소품들이 존재한다. 플라톤의 특정 철학적 교설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그의 저술에 등장하는 다양한 언술의 장치들은 주변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을 귀찮다고 뛰어넘는 순간 그는 플라톤 읽기의 재미를 절반쯤은 놓친 것이며, 나아가 아마도 플라톤 철학의 가장 중요한 지점을 눈감고 통과한 것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철학적 교설 이전에 그의 작품은 하나의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읽힐 수 있으며, 실제 그의 작품들은 서양 문학사의 가장 뛰어난 성취의 하나라고 평가되고 있다.
좋은 나라를 세우고 인간 삶의 최상의 조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데아론을 비롯하여 철인 통치론, 시인 추방론, 통치자들의 공산 사회론, 여성의 동등한 통치자로서의 자격, 교육의 공적 성격 등 당시나 오늘날에 문제가 될 대담한 주장들이 제시된다. 이 주장들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독자들이 직접 논의에 참여하여 옹호 가능한 공동의 결론을 찾아가라는 것, 그리고 철학은 항시 그렇게 상호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공동 탐구의 도상에 있다는 것, 이런 점들이 대화체로 서술된 『국가』의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려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플라톤의 생애와 살았던 시대를 간략히 개관하면서 그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어떻게 파악했으며 무엇을, 왜 문제로 생각했는지의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가 보려고 한다. 그가 해결해야 할 중심 문제로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며 그는 어떤 개념들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의 방향을 찾고자 했는가? 이런 개념들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어떻게 앞서 규정하는가? 그의 사상이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의 세계와 현실 이해에 맞닿아 친숙한 것이 되어 있으며, 또한 넘어서기 어려운 낯섦의 경험으로 우리에게 다가서는지를 살펴본다.
차 례
_ 책머리에·4
_ 일러두기·8
I. 서론·13
1. 고전과 고전 읽기·15
2. 문명의 텍스트·18
3. 플라톤과 그의 시대·21
II. 제기되는 문제: 정의란 무엇인가?·27
1. 문제의 제기: 정의에 관한 전통적 견해의 검토·30
2. 트라시마코스와 아테네 시민들의 정의관·34
III. 국가의 형성과 전개·41
1. 폴리스의 기원과 성격·43
2. 폴리스의 일의 배분 원칙·48
3. 폴리스의 변화와 좋은 나라의 성립·52
4. 나라에서의 정의와 영혼의 정의·57
IV. 정의란 무엇인가?·65
1. 문제의 성격·67
2. 정의 문제 제기의 맥락·69
3. 행위규범으로 파악된 정의: 블라스토스의 견해·71
4. 폴리스의 구조 원칙으로서의 정의·76
5. 폴리스 구성원의 삶에 구현된 정의·85
6. 규정의 성격·89
V. 정의로운 도시의 시민은 부정의한가?·93
VI. 철인 통치와 이성의 지배·111
1. 통치자의 앎과 폴리스의 지혜·113
2. 지혜와 정치의 결합 : 철인 통치·116
3. 철인 통치와 이성의 지배·120
4. 철학적 앎과 정치적 앎·124
VII. 좋음의 이데아와 앎의 성격·127
Ⅷ. 플라톤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앎의 성격·159
1. 폴리스의 지혜·161
2. 정치적 지식에서 ‘정치적’의 의미·169
3. 철인 통치와 정치적 지식·174
4. 정치적 앎과 좋음의 이데아·178
IX. 플라톤과 수학·183
X. 시가와 영혼의 교육: 플라톤의 예술이해·213
XI. 오늘의 세계에 던지는 플라톤의 물음·241
1. 문명의 텍스트·243
2. 오늘의 세계에 던지는 플라톤의 물음·246
3. 공생의 질서·249
4. 세계 경제체제와 정치적 지식의 공백·252
_ 참고문헌·259
_ 찾아보기·269
저자 소개
김남두(金南斗)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 석사
독일 Freiburg대학 철학 박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석좌교수